지난 설 연휴부터 우리에게 화두가 되었던 뉴스 중 하나는 MBC 전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씨의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었는데, 그녀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유가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데요.
하지만 MBC는 한동안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차츰 사회적으로 화제 (이슈)가 되자 최근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MBC의 그 어떤 뉴스에서도 故 오요안나 씨가 당했다는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그에 대한 그녀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과 관련된 정확한 내용들과 함께 제가 MBC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故 오요안나 씨 직장 내 괴롭힘 요약
일단 故 오요안나 씨를 상대로 괴롭힘을 했다고 실명이 알려진 인물은 4명이며, 이름은 최아리, 박하명, 이현승, 김가영 씨입니다.
"미친X" '카톡방 공개된' 최아리→이현승, 하차 요구 빗발 속 침묵 ing
[TV리포트=한수지 기자]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최아리, 박하명, 이현승, 김가영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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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극단적 선택 직전에 회사, 즉 MBC 관계자 4명에게 괴롭힘 사건을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보도가 되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1) 언론 보도 이후 가해자로 알려진 4명의 행동
2) 언론 보도 이후 MBC의 행동
언론 보도 이후 가해자로 알려진 4명의 행동
일단 4명 중 한 명인 김가영 씨는 출연하던 각종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당사인만큼 방송에서도 부담을 안고 같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진하차하는 게 맞는 것이겠죠.
하지만 최아리, 박하명 씨는 여전히 날씨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4일 기준으로 최아리는 뉴스데스크, 박하명 씨는 아침 뉴스에서 날씨 예보를 진행했으며 제가 직접 뉴스를 시청했습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MBC가 운영하는 날씨 예보 유튜브 '오늘 비와?'에는 최아리, 이현승, 박하명, 김가영의 예보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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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한수지 기자]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최아리, 박하명, 이현승, 김가영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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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핵심 가해자로 알려진 4명 중에 김가영 씨를 제외한 3명은 여전히 TV와 유튜브를 통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김가영 씨는 여기서도 자진하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최아리, 이현승, 박하명 씨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여전히 공식적으로 방송을 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여기서 가해자 4명이 나눈 카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겨 줍니다.
가해자들이 나눈 카톡 대화
일단 공개된 카톡 대화 내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들을 보시면 알겠지만, 두 사람의 대화 날짜가 2022년 12월 26일과 2023년 1월 30일로 오요안나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입니다. 대화 내용을 보니 이 4명이 아주 작정하고 故 오요안나 씨를 조리돌림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 내용 중에 이상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잘못한 진짜 이유
대화를 잘 보면 "분장받는데 술 냄새났다", "잘 씻지도 않고 출근한다", "눈 부릅뜨고 대들었다", "능력이 모자란다", "모니터도 안 한다"와 같은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이 4명이 故 오요안나 씨를 집단 괴롭힌 한 이유가 이와 같은 업무 불성실이라면 그들의 행동은 용납될 수 있을까요?
물론 故 오요안나 씨가 업무를 태만히 했거나 불성실하게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들만의 단톡방에 욕설 한극과 함께 남아 있을 뿐입니다. 쉽게 말하면 4명의 주장일 뿐,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 4명의 얘기를 기반으로 가정을 해보자는 겁니다. 정말로 만약에 그녀의 업무태도가 정말로 그랬다한들, 이 4명의 조리돌림 행동은 용납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생각해도 그렇지 않습니다.
조직 생활을 하는 사회인, 쉽게 말하면 직장인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잘못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조직 차원에서 해결을 해야 합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왜 실수했는지에 대해 상급자와 당사자가 같이 회의를 통해 잘못을 바로 잡고, 같은 실수나 잘못이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던 것입니다.
업무 불성실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했는데 입에서 술 냄새가 풀풀 난다든지, 매일 지각을 한다든지 하는 불성실한 업무 태도를 보이는 직원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얘기해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경고를 주고, 그럼에도 안 고쳐지면 퇴사조치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이미 수년 전부터 4명이 자기들끼리만 모이는 카톡 방에서 한 명을 조리돌림하고, 또 실제로 막말을 통한 집단 괴롭힘을 한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입니다.
프리랜서들이라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조직 차원에서 대응이 어렵다면 대응할 길을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노력은 하지 않고 가장 쉬운 방법을 통해 한 사람을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만든 것이 이번 일의 핵심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죠.
언론 보도 이후 MBC의 행동이 이상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이 생전 MBC 관계자 4명에게 피해 내용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 녹취록이 있다."라고 알려졌습니다.
"난 손 뻗으며 살려달라 한다"…오요안나에게 위로받은 누리꾼
황소정 인턴 기자 = 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이 생전 고충을 토로하는 누리꾼에게 진심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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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MBC 측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MBC "고충 알린 적 없었다"
지난해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사측이 이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일자 MBC가 해명에 나섰다. MBC는 28일 입장을 내고 "고인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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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유족 측은 오 씨가 기상팀 내 선배 A 씨에게 지속적으로 상담을 했으며, A 씨가 B 씨(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를 혼냈다고 전했다. 문제는 A 씨가 공식적인 직책은 없지만 기상팀 내 업무 조정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 씨가 오 씨의 고충을 방관했거나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라는 뉴스 기사도 있습니다.
故 오요안나, 괴롭힘 신고했었다… 단톡방 험담, 법적 소지는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선임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기상팀 단체 채팅방에서 고인을 향한 험담이 이루어진 정황이 포착되면서, 법적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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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녹취록이 있다는 유족의 얘기가 진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시 말하면 故 오요안나 씨는 극단적 선택 이전에 MBC내 누군가에게 자신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털어놨지만, 그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MBC는 지난 2월 4일에서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MBC “故 오요안나 진상조사위 구성 완료...신속 조사”
MBC가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 구정을 완료했다. 3일 MBC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명복을 빈다. 또 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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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최아리, 박하명 씨가 뉴스에 기상캐스터로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MBC는 왜 이럴까요?
MBC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
MBC가 많은 국민과 대중들의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자칭' 보수 정권의 언론 장악과 언론 탄압에 맞섰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장기간 파업을 할 정도로 공정한 보도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대단했고, 국민들도 지지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더 강해졌습니다.
정권의 비리와 부정을 알리는 데 앞장섰고, 잘 알려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처우에 대한 기사들을 통해 감춰져 있던 진실들을 밝혀 내는데 앞장섰습니다. 국민들의 MBC에 대한 믿음과 지지는 더더욱 강해졌고요.
그래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해외 순방 때 전용기에 MBC 기자만 못 타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치적 뉴스 측면에서는 MBC를 지지했었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뉴스 편성자체가 '내로남불'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MBC의 선택적 분노
지난 2024년 5월, 온라인 최대 여초 커뮤니티 '여성시대'에서 '여성판 N번방' 소식이 뉴스를 타고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마치 박주빈의 N번방 사건을 연상시키는 말 그대로 '여성판 N번방'이었습니다.
84만 회원 충격! '여성시대' 카페, 남성 알몸 사진 대거 유포
[공감신문] 신선미 기자=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9일, 다음(daum) 카페 '여성시대'에서 남성들의 알몸 사진 등을 공유한 이른바 ‘여성판 N번방’ 사태와 관련해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입장을
www.gokorea.kr
하지만 이 사건은 우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사람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언론사들이 그 당시에는 몇 번 보도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MB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약 MBC가 늘 하던 것처럼, 그리고 '박주빈의 N번방 사건'을 보도했었다면 어땠을까요? 왜 MBC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MBC는 폐미 언론이라서 그런 걸까요?
권력에는 당당하게 맞서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서, 왜 이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사건에는 제대로 보도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까요?
말 그대로 MBC는 선택적 분노를 하는 겁니까?
이렇게 MBC를 비롯한 언론들이 침묵을 하다 보니, 여성시대 (여시)에서는 '신교대 수류탄 사고 조롱’까지 이어졌지만 역시나 MBC에서 이 내용과 관련된 보도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철저히 무관심이죠.
‘여성판 N번방’에 이어 ‘신교대 수류탄 사고 조롱’까지...여성시대 논란
‘여성판 N번방’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이 시작된 여초 카페 ‘여성시대(여시)’가 최근 발생한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 수류탄 사고를 조롱해 논란되고 있다.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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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故 오요안나 씨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된 뉴스를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자신들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스스로 뉴스화해서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MBC였기에 그런 선택과 행동은 공감을 받기 어렵습니다.
약자가 당하는 불이익과 피해, 감춰진 진실들을 뉴스화해서 공감을 얻고 지지를 받았다는 MBC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남들은 그렇게 욕하면서 자신들의 행위에는 침묵하고, 폐미 방송이라 여시 (여성시대)에서 일어났던 중대한 사회적 사건까지 외면하는 MBC는 과연 공정한 언론이고, 언론 탄압에 저항했던 언론인가요? 선택적 내로남불 아닙니까?
그래서 전 정치 뉴스에 한해서는 MBC를 지지하지만, MBC 자체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MBC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